박채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좋았어』 리뷰 : 흔들리는 마음을 안아주는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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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을 온전히 사랑한다는 말은 때로 모순처럼 느껴진다. 특히 세상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느낄 때, 나의 존재는 왜소해지고 마음 한구석엔 스스로를 질책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런 우리에게 박채린 작가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좋았어』는 위로 이상의 무언가를 건넨다. 이 책은 스스로를 향한 연민과 응원이 어떻게 삶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지를 담담하게, 그러나 강하게 보여준다.

“나는 내가 좋았어”라는 말이 주는 울림

책 제목은 그 자체로 선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전제가 붙은 이 말은, 고통과 실패, 자책의 시간을 이미 통과한 사람의 고백처럼 들린다. 박채린 작가는 이 문장을 통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너는 지금의 너를 사랑하니?’ 이 물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나를 미워하는 습관이 일상이 된 우리에겐, 그저 나를 좋다고 말하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책 속 문장들은 마치 친구가 옆에서 이야기해주는 듯한 부드러운 어조로 쓰였다. 하지만 그 부드러움 안에는 삶을 향한 단단한 시선이 있다. 작가는 우리가 외면해온 감정—불안, 수치, 분노, 슬픔—을 숨기지 않고 꺼내 보인다. 그리고 그 감정들이 존재해도 괜찮다고, 그런 나도 여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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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연민이 아닌 자기 공감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강해져야 한다’고 말할 때, 박채린의 글은 ‘약해져도 괜찮다’고 속삭인다. 이 책은 자기 연민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 자신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연약한 나를 이해하며 품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진정한 자기 사랑은 완벽한 내가 아닌, 불완전한 나를 끌어안는 데서 출발한다는 메시지는 독자의 마음을 깊이 울린다.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나가 아닌, 나 스스로에게 떳떳한 내가 되고 싶었다”는 문장이었다. 이 한 줄은 SNS의 과시적 문화에 지친 현대인에게 뼈 있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누구를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이 책은 자신과의 관계 회복이야말로 진짜 자존감의 시작임을 일깨워준다.

일상 속에서 나를 지키는 법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좋았어』는 단지 자기 위로의 문장 모음이 아니다. 책은 실천적인 메시지도 함께 전한다. 일상에서 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경계 설정, 관계에서 소모되지 않는 감정 관리, 그리고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방법 등도 조곤조곤 제시된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단지 감정적으로 치유받는 것이 아니라, 삶의 태도까지 바꾸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자기 자신을 가장 가까운 친구처럼 대하는 법, 그것이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아픈 날의 나를 무조건 긍정하라는 말이 아니다. 단지 그런 날의 나도 존재의 가치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나를 보듬을 수 있는 건 결국 나 자신뿐이라는 메시지를 잊지 않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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